칼 / 이외수

2022. 10. 25. 14:46Culture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선 여러 가지의 욕망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야비성이 필요한 법이다. 순박하고 정직하며 가난하고 선량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더러는 형편을 봐서 재빠른 새치기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적당한 사기도 칠 줄 알아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땅을 사고, 빌딩을 짓고, 망할, 그러기 위해서는 때때로 타인을 잡아먹을 수 있는 힘과 전술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겸손 따위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도덕과 양심 같은 건 껍질 뿐이다. 법관도 의사도 교육자도 예술가도 성직자도 거지도 거의가 타락해 있다. 그 정도는 그도 이제는 충분히 알 수가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이 타락해 있다고 시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제는  양심적인 사람일수록 바보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탄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바보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는 바보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그 요소들은 이 현실세계 속에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 귿것은 한결같이 단점만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요소들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세계가 있다. 바로 신검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그가 체험해온 세계이다."

 

이 소설 칼에 등장하는 박정달을 한번에 보여주는 글이다.

그는 어릴적부터 왕따를 비롯해서 마지못한 책임감에 직장생활도 해왔다.

그러나, 그런생활을 버티게 해준 한가지 취미, 칼~~~,

그로인해 세상의 욕망을 단칼에 쳐 낼 수 있었다.

 

순수하고 착하면 버림받아야 하는 세상이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