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4. 12:49ㆍCulture
20세기 초 위스콘신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비밀과 거짓말, 욕망, 배신, 속죄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07년 위스콘신 주의 어느 시골 지역, 매서운 추위 속에서 기차를 타고 올 여인을 기다리고 있는 랄프 트루잇. 그러나 그녀는 그가 기대하고 있는 소박한 여인이 아니다. 믿을만한 아내를 찾는 그의 생사를 손아귀에 쥔 여인이다.
로버트 굴릭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무려 46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백만 권 이상 판매된 경이로운 소설이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저자이기도 한 굴릭은 정교하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복잡 미묘한 등장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역사적 상황에 바탕을 둔 감각적인 통속소설,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병폐에 뿌리를 둔 현실감 가득한 미스터리 소설을 탄생시켰다.
좋은 머리와 자신의 외모를 무기삼아 상처투성이 어린 시절을 살아온 캐서린 랜드는 신문을 읽다가 어느 부유한 사업가가 ‘믿을 만한 아내’를 구한다는 내용의 개인 광고를 읽게 된다. 캐서린은 사업가의 재력과 애정을 갈망하는 그의 마음을 이용해서 은밀히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캐서린이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랄프 트루잇은 그녀가 자신을 속였음을 알게 된다. 복잡한 감정과 동물적인 이끌림에 현혹된 랄프는 얼마 후 캐서린과 결혼한다. 결혼식이 끝난 후 캐서린은 랄프의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주기 위해 집을 떠난다. 집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의심을 받기는 하지만 결국 랄프에게 소량의 독을 조금씩 먹이기 시작한다. 랄프는 몸이 쇠약해지지만 죽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독자의 예측을 벗어나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펼쳐지고, 결국 이 암울한 심리 스릴러는 강렬하고 만족스럽게 끝맺게 된다.
1907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얼음같이 차가운 표리부동함과 뜨겁게 달아오른 복수심을 이야기한다.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살인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익숙한 스토리를 뒤틀어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냈으며, 그 속에서 갈등하고 분노하는 인간 내면의 심리를 절묘하게 엮어놓았다. 여느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나 심리 스릴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준 높고 심도 있으며, 각 인물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듯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생각과 갈망을 피상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속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 그들의 고통스런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북부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딕풍의 소설 《위험한 아내》를 통해 저자는 잊히지 않을 만큼 대단히 인상 깊은 여주인공을 창조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에드가 앨런 포우와 스티븐 킹의 으스스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되며, 기저에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성이 깔려 있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만들어낸 현실감 있는 등장인물들과 심리적 사실주의가 작품의 긴장감을 한껏 높여준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와 가슴을 후비는 고독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잔인함, 공포, 긴장감이 감도는 속에서도 사랑, 온화함, 열정이 흐르고 있다. 주인공들의 과거와 그 잔재에 대한 슬프고도 안타까운 스토리를 읽으며 독자들은 고통을 이기며 자신의 과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화해와 사랑,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다.’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다.’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 글이 자주나온다.
자조적인 인간으로서는 어쩔수 없다는 쓸쓸한 체념에 표현이 아닌가 본다.
자신에 남아있는 마지막까지 학대하고 버려짐에 의해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랑하는 이에 상처를 주려한다.
악마가 아닌 자가 악마에 흉내를 내려는 자아에 대한 포기가 아닌가 본다.
그러나 이 소설 또한 마지막은 새로운 생명에 탄생과 함께 온 용서와 포용이 아닐 수 없다.
작가 로보트 굴릭에 새로운 자아는 아닌가 모르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작가 로보트 굴릭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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