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22 잘가요 엄마 -김주영-

2022. 11. 22. 14:37Culture

작가의말
어머니는 나에게 크나큰 행운을 선물했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나로 하여금 도떼기시장 같은 세상을 방황하게 하였으며,저주하게 하였고, 파렴치로 살게 하였으며, 쉴새없이 닥치는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러나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내게 주었던 자유의 시간이었다. 그것을 개닫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머니께서 우리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살았다.사람들로부터 유린당하고 희생당하면서도 그런 질곡과는 무관심한 채로 일생을 보냈다. 오히려 그 참혹한 공포심을 끌어안고 흡사 아무런 구애도 없었던 것처럼 그것이 자신의 것이든 혹은 남의 것이든 진솔하게 끌어안고 살았다. 드디어 어머니는 자신을 찾아온 죽음조차도 아무런 불평이나 두려움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이 곧 함정은 아니란 것을 나에게 가르쳤다. 그래서 철부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생애에서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 뿐이었다. 그외에 내가 고향을 떠나 터득했다고 자부앴었던 사랑,맹세,배려,겸손과 같은 눈부신 형용과 고결한수사 들은 속임수와 허물을 은폐하기위한 허세에 불과하였다. 이 소설은 그처럼 진부했었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
우리네 어머니들 아니,나에엄마 홍순자, 그많은 질곡에 세월에 만분지일이라도 아들 김동선은 알고 있을까!
이소설 주인공 경원이와 같이 세월을 돌아돌아 먼훗날 후회없도록, 아니, 조금이라도 나만에 위안이 되기위해서라도, 어머니를 다시한번 되새겨야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지금은 10년이 지난 22년11월이다.

엄마는 지금 91살, 난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